- 작성일
- 2025.06.25
- 수정일
- 2025.06.25
- 작성자
- 공공갈등과 지역혁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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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직언직설] 새 정부와 갈등관리시스템의 재정립(2025.06.25.)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갈등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실에 공공갈등조정비서관을 신설하고 시민사회수석을 '경청통합수석'으로 확대 개편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시민단체, 청년, 종교계 등과 폭넓은 소통을 통해 사회갈등을 통합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러나 갈등관리는 단순한 조직 개편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이미 2007년에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면서 제도적 틀은 마련되었다. 국무조정실은 전담 부서를 운영하고 각 부처는 대응 현황을 점검해 왔으며 '갈등관리 매뉴얼'도 5차례 개정되었다. 그럼에도 복잡한 갈등을 선제적으로 포착하여 능동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는 여전히 부족하다. 체계는 존재하지만 운영은 수동적이고 행정시스템에 깊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실질성 있는 갈등관리 체계는 지방정부에서 먼저 시도되었다. 서울시와 인천시 부평구 등은 2010년대 초반부터 정책형성 초기 단계부터 잠재된 갈등 이슈를 진단하고, 등급화하여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체계를 도입했다. 단순 민원 처리를 넘어, 갈등 요인을 정책 설계에 반영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후 집행, 평가, 사후 관리 단계까지 갈등 대응이 이어지도록 구조화되었다. 특히 지방정부의 갈등조정담당관은 내부 조정자, 전문 상담사, 해결 주도자, 협력 참모, 제도 설계자 등의 역할을 복합적으로 수행하며 정책 전 과정에 지속적으로 관여했다.
지방정부의 경험은 새 정부가 갈등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데 실질적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공공갈등조정비서관을 중심으로 국무조정실과 각 부처의 담당 조직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다면, 갈등 대응은 일회성 조정에 머물지 않고 정부 운영 전반에 내재된 원칙으로 기능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첫째, 개입할 갈등 의제를 선별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 모든 분쟁에 대통령실이 직접 개입할 수 없다. 사회적 파급력, 정책 연관성, 갈등 강도 등을 기준으로 사안을 분류하고, 대통령실, 국무조정실, 부처별 역할을 구분해야 중복과 혼선을 줄인다.
둘째, 공공갈등과 민원을 구분해야 한다. 정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의 충돌은 공공갈등이지만, 개별 행정 처분을 요구하는 민원은 시민 옴부즈만 같은 기존 제도로도 대처할 수 있다. 대통령실이 민원창구로 변질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셋째, 공공갈등조정비서관의 기대 역할만큼 기능이 작동하도록 정부 내 위상이 정립되어야 한다. 단순한 조정과 협의에 그치지 않고 갈등이 새로운 사회적 가치로 전환되는 촉진자가 되어야 한다. 부처별 정책 담당자들도 갈등 징후를 감지하고 예방조치를 하려는 적극 태도가 필요하다.
결국 핵심은 '갈등관리'라는 행정기술(Tactics)이 아니라, 정부 운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조직문화와 실천 방식이다. 경청과 통합은 수사적 구호가 아니라, 행정조직의 제도와 절차, 운영방식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정부가 갈등을 하나의 제도 내에 포용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충돌 방지를 넘어서 행정의 효율성 확보와 신뢰 회복,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갈등관리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시점이다.
출처: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2510500002200?di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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