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일
- 2025.09.10
- 수정일
- 2025.09.10
- 작성자
- 공공갈등과 지역혁신연구소
- 조회수
- 9
내일신문-전국 지자체 ‘공공갈등관리’ 유명무실(2025.09.03.)
17개 시·도 모두 예상·해결 조례 있지만
전담 조직 없애고, 담당자는 주무관 1명
2012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확산하던 지자체 갈등관리 업무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한때 유행처럼 설치했던 전담 조직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인력은 대거 축소됐다. 전국 17개 시·도 모두 ‘공공갈등 예방·해결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이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는 지자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재명정부가 대통령실에 공공갈등조정비서관을 설치하는 등 갈등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3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경기도와 제주도를 제외한 15곳이 갈등관리 전담 조직 없이 주무관 1명이 갈등관리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 인천시의 경우 주무관 1명이 맡은 업무가 갈등관리종합계획 수립, 중점갈등관리사업 모니터링, 갈등영향분석, 공론화·갈등관리위원회 운영 등 무려 12개나 된다. 정상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다. 민선 7기까지는 팀장을 포함한 전담인력 3명이 맡아왔다. 서울시는 민선 6기부터 운영하던 갈등조정담당관(2팀 13명) 직제를 민선 8기 들어 없애고 그 업무를 주무관 1명에게 넘겼다. 팀을 설치해 운영 중인 경기도(4명)와 제주도(6명)를 제외하면 대부분 시·도가 비슷한 상황이다. 일부 시·도는 담당 주무관이 다른 업무와 함께 갈등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조성배 공생기반연구소장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상당수 갈등관리 담당자가 과도한 업무를 수행 중이거나, 아니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이재명정부 정책방향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이재명정부는 출범 직후 대통령비서실 경청통합수석 아래에 갈등관리 전담조직인 공공갈등조정비서관을 신설했다. 대통령실은 현재 비서관과 그 아래 행정관 2명을 공개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사회적 갈등을 조기에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중재 역할을 담당하는 부서가 필요하다는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라 설치한 부서다. 갈등관리 전담 조직은 이 대통령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경기 성남시장 시절에도 갈등조정관 제도를 운영한 바 있다.
갈등관리는 이미 지자체 주요 업무로 편입된 지 오래다. 17개 시·도 모두 조례를 통해 지자체 공식 업무에 담았다. 일부 지자체는 갈등관리를 단체장 책무로까지 지정했다.
지자체 조례는 대부분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역할과 절차 그리고 시민참여 및 공론화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공공정책을 수립하거나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관계 충돌을 사전에 분석하고 예방하거나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지자체 공식 업무로 삼아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충북도는 2007년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갈등관리를 도지사 책무로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도민배심원제 운영을 명문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듬해인 2008년 조례를 제정한 광주시는 갈등 진단을 시장의 책무로 적시했다. 대전시와 부산시도 2009년 협력체계 구축을 골자로 한 갈등 조례를 제정했다. 지자체에 갈등관리 직제에 편성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서울시, 2013년 경기도가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시행하면서부터다. 2013년 세종시와 전북도가 뒤를 이었고, 2023년 강원도를 끝으로 17개 시·도가 모두 갈등관리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갈등관리기본법 제정 논의도 무르익고 있다. 이 법안이 처음 제안된 것은 2000년대 초반 참여정부 때다. 2002년 국회에 법안이 제출됐지만 입법화에 실패했다. 법 제정이 무산되자 정부는 2007년 ‘공공기관의 갈등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을 대통령령으로 정해 제도적 공백을 메워왔다. 이후 문재인정부 때인 2020년 법률 제정이 재추진됐지만 역시 무산됐다.
하동현(전북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갈등학회장은 “각종 사회갈등이 확산하고 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법적 기반이 없다”며 “갈등관리기본법을 제정해 모든 공공갈등 현장이 법률에 근거해 조정과 중재를 따르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첨부파일
- 첨부파일이(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