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일
- 2026.07.30
- 수정일
- 2026.07.30
- 작성자
- 공공갈등과 지역혁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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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전력망 갈등 해법은 '지산지소'? 호남 반도체가 시험대 (2026.07.29)
전력망을 둘러싼 극심한 갈등 해소를 위한 해법 중 하나로 지산지소(地産地消·지역에서 생산해 지역에서 소비)가 꼽힌다. 전력을 생산한 지역에서 바로 사용하면 장거리 송전이 불필요해 주민 반발과 그로 인한 소모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추진하는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는 지산지소의 시험대에 오른다. 호남 반도체 산단 입지는 전남광주 광산구 신촌동 일대 군공항이 유력하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원전 추가 검토와 전력망 지중화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속도전'으로 지산지소에 성공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여러 난관이 있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28일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따르면 전남과 통합 전인 2024년 광주의 발전량은 0.89테라와트시(TWh)로 소비전력량(판매량 기준 9.34TWh)의 10%에도 미치지 못해 다른 지역에서 끌어왔다. 반대로 전남은 발전량이 71.66TWh로 소비전력량(33.58TWh)의 2배 이상이다. 두 광역단체가 합쳐진 전남광주는 이론적으로 지산지소가 가능한 조건을 갖췄다. 주성관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각 지역의 화력·원전·태양광·풍력·가스 등 여러 발전원에서 생산된 전기는 한국전력공사가 운영하는 전국 전력망에 들어가고 공장은 이 전력망에서 필요한 전기를 공급받는다"며 "전기가 생산되는 곳과 가까운 지역에 전력망을 확충하면 통로가 넓어져 더 많은 전력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호남 반도체 산단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지역 내 원전·태양광과 풍력·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만든 전력을 산단 인근의 345킬로볼트(㎸)급 신장성·신광주변전소를 통해 보내는 잠정 계획을 최근 내놓았다. 이때 변전소와 산단을 연결하는 송전선로도 필요해 2029년 말까지 1단계 선로를 4기가와트(GW) 규모 구축하되 상당 부분을 지중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송전망 증설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기후부는 전남광주·한전·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도 꾸려 28일 첫 회의를 열었다. 협의체는 여러 인허가 문제 등의 논의·협력해 선로 건설 기간을 단축할 방침이다.
부채 200조원 한전, 지중화 감당 가능할까
다른 견해도 있다. 하동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산지소는 수도권에 에너지를 보낼 때 거쳐가는 지역 주민의 불만을 달래는 지역 불균형 해소 요소이지 주민 수용성과는 차이가 있다"며 "호남에 공장 신설 시 지역 발전을 위해 추가 송전망 건설이 필요하다고 해도 주민 개개인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송전선을 지하에 설치하는 지중화(지중선로)는 지상 설치(가공선로)보다 비용이 더 든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한전에 따르면 ㎞당 지중선로 표준공사비는 154㎸ 관로(플라스틱 관 매설 후 그 안에 케이블 삽입)의 경우 100억 원으로 가공선로(15억2,000만 원)와 비교해 7배가량 비싸다. 전력 케이블용 지하 터널이나 통로(전력구)에 345㎸ 지중선로를 설치하려면 ㎞당 258억 원이 들어 가공선로(32억2,000만 원) 대비 비용 부담은 8배로 더 커진다. 2024년 기준 광주의 배전선로 지중화율은 38.7%다. 한전 관계자는 "지중화는 공사비가 비싼 데다 지방자치단체가 공사비의 절반을 부담해야 한다"며 "호남권 전체를 지중화하기는 어렵고 마을이나 주택가를 지나는 일부 지역만 지중화가 가능할 것 같다"고 전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한전 부채가 200조 원이 넘는다"며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지중화 대신 반도체 공장 바로 옆에 LNG 열병합 발전소를 짓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은 24시간 안정적 전력 공급이 필수인데, 호남은 태양광과 풍력 등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보완할 수는 있으나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감당할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풍력은 주파수도 잘 맞아야 해 ESS나 원전, LNG가 필요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잘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이 바뀌었던 전례가 있어 정부가 계획을 안정적으로 추진해 기업과 주민에 신뢰를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손 교수), "민간이 전력망을 건설한 뒤 한전에 이관하는 BT(Build-Transfer) 방식이 민영화 논란을 차단하면서도 전력망 구축에 속도를 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유 교수)이라고 조언했다. 한전은 "'3대 메가프로젝트 전력망 적기건설추진TF를 가동했다"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첨단 산업단지에 전력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쏟아붙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72311040005232?di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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